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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공모전과 웹소설 연재의 AI 표기 논란, 텍스트 뒤에 남는 창작의 흔적

T Tim · 2026년 9월 13일 · 12분 분량
문학상 공모전과 웹소설 연재의 AI 표기 논란, 텍스트 뒤에 남는 창작의 흔적

완성된 원고만으로 생성형 AI의 개입 여부를 가려내는 일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졌습니다. 판별 도구가 연이어 실패를 인정한 상황에서 문학상과 연재 플랫폼은 작성자의 자기 신고와 집필 과정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작가에게 남은 것은 결백을 증명할 마법의 기술이 아니라, 원고를 마주하며 보낸 시간과 작업의 물리적 궤적입니다.

판별 도구의 붕괴와 텍스트의 침묵

원고가 완성되는 순간 활자는 침묵합니다. 글자 자체에는 집필자의 손가락 움직임이나 언어 모델의 확률 연산 값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기계가 작성한 문장을 기계로 가려내려던 시도는 빠르게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오픈AI(OpenAI)는 자체 개발한 AI 텍스트 분류기(AI Text Classifier)를 2023년 7월에 서비스에서 내렸습니다. AI 생성 텍스트를 식별해 낸 비율은 26%에 그쳤고, 인간이 작성한 원고의 9%를 AI 작업물로 오판했기 때문입니다. 학술지 《패턴스(Patterns)》에 실린 2023년 연구에 따르면 비영어권 화자의 토플(TOEFL) 작문 답안 절반 이상이 탐지기에서 AI 생성물로 분류된 반면, 미국 초중등 8학년 학생의 글에서는 오판이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밴더빌트 대학교 역시 위양성 위험을 이유로 2023년 8월 턴잇인(Turnitin)의 탐지 기능 활용을 멈추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결함은 출판 현장에서 큰 갈등을 낳았습니다. 미국에서는 H.M. 울프의 소설 《대거마우스(Daggermouth)》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의 보도에 따르면 스토니브룩 대학교 연구진이 탐지기로 킨들(Kindle) 도서 1만 4천 권을 조사했을 때 이 소설은 AI 수치 60%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작가는 변호인을 통해 신뢰할 수 없는 기술에 기인한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고, 출판사의 지지를 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반면 탐지 기술을 우회하는 편법은 정교해졌습니다. 《플래저리즘 투데이(Plagiarism Today)》의 2025년 11월 6일 자 요약 보고에 따르면, 생성형 AI로 작성한 문장을 그래머리(Grammarly)의 인간화(Humanize) 기능으로 다듬자 저자 식별 보고서에 ’인간이 직접 타이핑한 비중 75%’라는 판정이 나타났습니다. 완성된 텍스트와 단순 수정 기록만으로는 집필의 주체를 가릴 수 없습니다.

심사의 번복과 무너지는 계약

텍스트의 불투명성은 공모전 심사와 출판 계약을 흔들고 있습니다. 2026년 대만 TSMC 청소년학생문학상 소설 부문에서는 결심 투표 직후 특정 작품이 문학상에 맞춰 설계된 AI 모델을 썼다는 구체적인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작가는 오탈자 교정만 맡겼다고 부인했으나 심사위원단은 재차 회의를 열었습니다. 심사위원 린쥔잉은 뚜렷한 물증이 없어 심증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표절로 단정하기도 어려우니 고명한 대필로 보아야 한다고 평했습니다. 또 다른 심사위원 구위링은 작가의 설명이 오탈자 교정이라는 자백에만 머물러 본질을 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심사위원단은 재투표를 거쳐 수석 수상작을 교체했습니다.

심사위원 왕성홍은 차기 요강에 AI 사용을 금지하거나 협업 범위를 밝히는 서약서를 받자고 제안했습니다. 장쥐안펀은 2026년 8월 22일 자 《경보》 칼럼 요약에서 주최 측이 집필 과정을 전화로 확인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작가에게 입증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타이완 공공텔레비전(PTS) 보도에서 심사위원 주유쉰은 읽은 소설 투고작 중 개인적으로 최대 40%가 AI 작업물로 추정되며, 뚜렷한 미국풍 번역투를 지닌 원고가 적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AI 금지가 명시되지 않으면 심사를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편 타이중 문학상은 AI 투고를 금지하며 의문이 발생할 경우 응모자에게 창작 원고와 심경 설명을 요구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영미권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이어졌습니다. 2026년 여름 작가 제리 팔레이드는 맥밀런 산하 미노타우르와 체결했던 일곱 자리 숫자 규모의 달러 계약을 잃었습니다. 에이전트 샌디 호지먼은 원고가 사람의 손으로 집필되었음을 더 이상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작가가 제시한 근거는 과거 대학원 교수가 문장력을 칭찬했던 2021년의 문자메시지 두 건뿐이었습니다. 반면 2026년 커먼웰스 단편소설상에서는 작가 바우히니 바라가 역대 수상작 중 네 편에 AI 의혹을 제기했으나, 재단은 작가들이 제출한 작업 초고와 작성 일시 기록 문서를 검토한 뒤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대상을 받은 자미르 나지르는 지병에 따른 신경병증으로 키보드를 쓰기 어려워 음성 입력으로 초고를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소명 자료의 유무가 작가의 입지를 갈랐습니다.

플랫폼 규제와 사적 계약의 요구

연재 플랫폼 역시 공급량 통제와 신고제 도입으로 돌아섰습니다. 일본의 소설 투고 사이트 ‘소설가가 되자’는 2026년 6월부터 직접 사용, 간접 이용, 보조적 이용, 미사용으로 나뉜 4단계 표기란을 신설했습니다. 설정을 완료하지 않은 작품은 신규 장을 연재할 수 없으며 허위 기재 시 연재가 정지될 수 있습니다. ‘카쿠요무’는 세 단계 표기 체계를 마련해 공모전 응모 시 표기를 의무화했습니다. 알파폴리스 제18회 판타지 소설 대상에서는 대상작이 사후에 AI 생성물로 확인되어 서적화와 만화화가 취소되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중국의 대형 플랫폼도 통제에 착수했습니다. 판체소설은 2026년 5월 계정당 장편 개설을 하루 1부, 월 3부로 제한했습니다. 같은 달 플랫폼 거버넌스 보고서에 따르면 11만 권 이상의 계약이 거절되었고 4만 권 이상이 제재를 받았습니다. 최우선 금지 조항은 AI를 통한 조잡한 양산이었습니다. 이 플랫폼의 연재작 《만고제일폐재》 4106장에는 프롬프트 문구가 본문에 그대로 노출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진장문학성 역시 서사 생성이나 상세 줄거리 생성을 금지하고 위반 시 연재 잠금 조치를 내립니다.

한국의 경우 신춘문예나 창비신인문학상 등이 요강을 통해 AI 제작 작품의 응모를 금지하고 있으나, 수상 취소 사례나 초고 제출 의무화는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웹소설 연재란에서는 독자가 의혹을 제기하는 순간 별점 테러가 쏟아져 연재가 중단되기도 하며, 작가는 뚜렷한 자구책 없이 의혹을 마주해야 합니다. 유럽연합 인공지능법(EU AI Act) 제50조의 표기 의무는 소설 창작자를 직접 구속하지 않습니다. 작가를 실질적으로 규제하는 기준은 법률이 아니라 플랫폼과 공모전이 부과하는 사적 계약의 조건입니다.

속도의 한계와 물리적 집필의 기록

기계의 속도와 인간의 집필 사이에는 물리적 간극이 존재합니다. 사흘 만에 50만 자를 만들어 내려면 72시간 동안 한순간도 쉬지 않고 분당 116자를 입력해야 합니다. 매일 1천 자에서 3천 자를 꾸준히 써 내려가는 숙련된 작가에게도 50만 자는 167일에서 500일이라는 물리적 시간이 요구되는 분량입니다.

문학사의 작가들은 작업의 물리적 속도를 각자의 방식으로 남겼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1958년 《파리 리뷰(Paris Review)》 인터뷰에서 서재 벽면에 차트를 붙여 두고 매일 쓴 단어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450, 575, 1250 같은 숫자를 적어 내려간 까닭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는 《무기여 잘 있거라》의 결말을 서른아홉 번 고쳐 썼습니다. 앤서니 트롤럽은 1876년 집필한 《자서전》에서 15분마다 250자를 쓰는 규칙을 세우고 주 단위로 작업량을 기록했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EBSCO의 연구 자료 요약에 따르면, 사후인 1883년에 이 기록이 공개되자 평단은 그가 공장식으로 글을 썼다며 상상력을 폄하했고 그의 문학적 위상은 하락세를 겪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속기사를 고용해 26일 만에 《노름꾼》을 구술 집필했고, 잭 케루악은 《길 위에서》의 초고를 3주 만에 타자기로 두루마리 종이에 쳐냈으나 출간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대대적인 수정을 거쳤습니다. 인간의 빠른 집필조차도 시간의 물리적 압축과 노동의 축적 위에서만 성립했습니다.

창작 이력 증명이 놓이는 자리

작가의 집필 과정을 데이터로 정리하려는 흐름은 도구의 영역으로 이어집니다. 집필 도구 Slima가 제공하는 창작 이력 증명은 이러한 환경에서 집필의 물리적 사실을 남기도록 돕습니다. 이 기능은 AI를 쓰지 않았음을 판정하거나 증명하지 않으며, 사람과 기계의 작성 비율 같은 수치를 만들어 내지도 않습니다. 다만 첫 글을 쓴 날부터 마지막 수정일까지의 기간, 실제로 글을 쓴 일수, 집필 일마다 순수하게 늘어난 글자 수, 주로 작업한 시간대를 집필 당시의 사실 그대로 기록합니다. 원고로 유입된 경로를 구분하여 Slima AI가 입력한 분량, 외부에서 붙여넣은 분량, 파일로 불러온 분량을 각각 독립적으로 집계하며, 직접 입력한 분량은 측정된 경로를 제하고 남은 추정치로 명확히 표시합니다. 측정이 닿지 않은 구간은 0으로 단정하지 않고 ‘알 수 없음’으로 남겨 둡니다. 이는 ‘소설가가 되자’나 ‘카쿠요무’, Amazon KDP 등이 요구하는 신고 양식에 작성자가 자신의 집필 과정을 있는 그대로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 무료 리포트입니다. 보다 자세한 기록 체계는 창작 이력 증명 안내집필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완성된 텍스트만으로 인간의 창작을 입증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문학상의 심사위원도, 플랫폼의 담당자도 이제는 완성작 이면에 놓인 집필 과정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텍스트 자체가 결백을 말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창작자에게 남는 것은 원고가 쌓여 갈 때 통과했던 구체적인 날들과 퇴고의 시간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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