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세계관 정리 시트는 항목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닙니다. 집필 중에 실제로 다시 찾아보게 되는 항목만 남기고, 각 항목에 “몇 화에서 처음 나왔는지”를 함께 적어야 합니다. 항목이 마흔 개인 시트는 끝까지 채워지지 않지만, 다섯 개인 시트는 30화까지 살아남습니다.
이 글은 세계관을 어떻게 구상하는지가 아니라, 구상한 것을 어디에 어떻게 적어야 연재 중에 실제로 쓸 수 있는지를 다룹니다.
대부분의 세계관 시트가 3화쯤에서 방치되는 이유
시트를 만들 때는 “쓰기 위해” 만듭니다. 그런데 실제로 시트를 여는 순간은 대부분 “찾기 위해”입니다. 이 두 가지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쓰기 좋게 만든 시트는 찾기에 불편합니다.
방치되는 시트에는 공통점이 세 가지 있습니다.
항목 이름이 분류명입니다. “세력 관계”라는 항목을 만들어 두었지만, 정작 찾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은 “북부 공작 이름이 뭐였지”입니다. 분류명은 정리할 때 떠오르는 말이고, 검색어는 찾을 때 떠오르는 말입니다. 이 둘은 거의 일치하지 않습니다.
같은 설정이 두 군데에 적혀 있습니다. 찾지 못하는 것보다 나쁜 상황입니다. 두 개를 다 찾아낸 뒤 어느 쪽이 최신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원고와 시트가 다른 도구에 있습니다. 창을 바꿔야 확인할 수 있으면 확인하지 않게 됩니다. 대신 “아마 7화였을 거야” 하고 넘어가고, 설정 충돌은 대개 이 순간에 생깁니다.
반드시 남겨야 하는 7개 항목
| 항목 | 무엇을 적는가 | 왜 필요한가 |
|---|---|---|
| 검색어 | 세 달 뒤에 내가 검색창에 칠 단어 | 제목이 곧 검색 인터페이스입니다 |
| 한 줄 정의 | 한 문장. 설명문이 아니라 확인용 | 찾을 때는 한 가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
| 첫 등장 회차 | 몇 화에서 처음 나왔는지 | 독자가 지금 무엇을 아는지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
| 절대 규칙 | 이 설정이 어겨서는 안 되는 선 | 후반부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부분입니다 |
| 독자 공개 범위 | 독자에게 밝혀진 부분과 아직 아닌 부분 | 연재물에서만 필요한 항목입니다 |
| 미회수 여부 | 깔아 두고 아직 거두지 않은 떡밥인지 | 회수를 잊는 이유는 기억력이 아니라 기록이 없어서입니다 |
| 관련 항목 | 다른 항목으로 거는 링크 | 내용을 복사하지 않기 위한 장치입니다 |
일곱 개가 많아 보인다면 앞의 세 개만 먼저 쓰셔도 됩니다. 다만 “첫 등장 회차”는 빼지 마시기 바랍니다. 유지 비용이 거의 없으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아껴 주는 항목입니다.
넣지 않아도 되는 항목
- 본편에 등장하지 않는 연표. 구상 단계에서는 즐겁지만 집필 중에 열어 볼 일이 없습니다.
- 캐릭터의 키, 혈액형, MBTI. 본문에 쓰지 않을 정보는 시트를 무겁게 만들 뿐입니다.
- 지도 이미지. 필요하지만 시트 안에 넣으면 로딩이 느려져서 결국 안 열게 됩니다. 따로 두고 링크만 거십시오.
기준은 하나입니다. 집필 중에 두 번 이상 찾아본 적이 있는가. 한 번 찾은 것은 우연이고, 두 번 찾은 것은 앞으로도 계속 찾게 될 항목입니다.
연재물에서 특히 중요한 한 가지
웹소설과 웹툰은 독자가 이전 화를 다시 읽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 돌아갑니다. 작가는 전체를 알고 있지만 독자는 방금 올라온 한 화만 봅니다.
그래서 “이 설정을 독자가 아는가”가 “이 설정이 무엇인가”보다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22화에서 반전을 쓸 때 필요한 판단은 그 반전의 내용이 아니라, 독자가 그 근거를 몇 화에서 보았는가입니다. 첫 등장 회차와 공개 범위, 이 두 칸이 그 판단을 대신해 줍니다.
복사해서 쓰는 시트
검색어:
한 줄 정의:
첫 등장 회차:
절대 규칙:
독자 공개 범위:
미회수 여부:
관련 항목:
항목 하나에 이 일곱 줄이면 충분합니다. 새 설정이 생길 때마다 복사해서 채우시면 됩니다.
세 달에 한 번 하는 정합성 점검
연재 중에는 시트 전체를 다시 볼 시간이 없으므로, 질문 세 개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 미회수 표시가 남아 있는 떡밥 중에서, 깔아 둔 지 열 화가 넘은 것이 있습니까?
- 절대 규칙 칸에 적힌 내용 중에 이미 어긴 것이 있습니까?
- 같은 내용이 두 항목에 적혀 있지 않습니까?
세 질문 모두 시트만 보고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원고를 다시 읽어야 답할 수 있다면 시트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방법의 한계
이 시트는 “찾을 수 있게” 만들어 줄 뿐, 세계관 자체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설정이 촘촘한 것과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단편에는 권하지 않습니다. 분량이 짧으면 대부분 기억으로 해결되고, 관리 비용이 이득보다 큽니다. 20화 이상 이어 갈 계획이 있을 때부터 의미가 있습니다.
Slima는 설정과 원고, 그리고 각 버전을 하나의 파일 트리 안에 두기 때문에 창을 바꾸지 않고 바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사용해 보기